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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예산의 부대의견 바로알기

예산의 부대의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 재 룡 전문위원 법제사법위원회

" 우리 헌법은 비록 미국과 달리 예산은 법률이 아니라는 예산특별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니까 더욱 예산집행에 대한 국회의 의사를 부처에 전달하여 이를 준수하여 집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에 부대의견의 중요성이 있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첨부하는 부대의견의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2014년도 예산의 경우 총 256건의 부대의견이 첨부되었고 2015년도 예산안도 총 3251)이 첨부되어 증가율이 72.6%(교문위 제외)에 달하고 있다. 이는 각 상임위원회가 그 소관 중앙행정기관들의 예산편성 및 집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부대의견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의 부대의견은 주로 개별 예산사업의 집행방법 등에 관한 일종의 지침(guideline)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주요내용으로는 전용 규제, 집행잔액 등 재원의 용도 제한, 법 개정 등 특정 시점까지 집행 유보, 사업 범위의 변경(제한 또는 확대), 사업간 연계추진, 부처간 협력추진, 타 부처로 업무 이관, 통합 집행, 국고지원비율의 지정, 공개경쟁 계약방식의 확대, 지급기준 또는 대상의 변경, 사업의 우선 수혜대상 또는 우선 실시대상의 지정, 인력 채용에서 기관 특성을 고려한 인력(장애인)의 우선 채용, 연구과제의 지정 또는 변경등 예산집행에 관하여 다양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예산 부대의견은 예산집행 가이드라인

 

현재 예산에 첨부하는 부대의견은 결산의 시정요구와 달리 국회법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2) 그러다 보니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은 부대의견에 대해서 기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회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예산에 대해서 어떤 사업에 얼마를 쓸지만 결정하고 그 사업의 집행방법에 대해서 는 아무런 의사 표시 없이 전적으로 집행기관의 재량에 맡겨버리는 것은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집행방법에 관한 사항을 예산근거법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예산을 요구할 때 제출하는 예산설명서(budget justifications)도 준수하도록 하여 예산집행상 재량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비록 미국과 달리 예산은 법률이 아니라는 예산특별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니까 더욱 예산집행에 대한 국회의 의사를 부처에 전달하여 이를 준수하여 집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에 부대의견의 중요성이 있다. 사실 기획재정부는 개별 사업의 집행방법에 대해 중요한 사항을 규율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도 개별 사업의 집행에 관한 규율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은 예산집행의 일반적인 내용을 규율하고 있으나 특정한 개별 사업에 대한 집행을 규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예산사업의 집행방법 등을 규율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의 제약으로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부대의견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산사업에 대한 집행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부대의견에 충실히 기술하는 것이다.3)

최근에 부대의견이 활성화되면서 하나의 오해로, 마치 부대의견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국회는 다양성 있는 다수로 구성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복수의 단계를 거쳐서 의사가 결정되는 조직이다. 부대의견이 채택되는 과정을 보면 예산안에 대한 대체토론이나 검토보고를 통해서 어떤 타당성 있는 지적이 있을 때 그 내용에 대하여 소관 부처와 협의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부대의견()이 마련되고 그 사항에 대하여 소위원회와 전체위원회가 의결하는 경우에 비로소 부대의견이 성립하는 것이다. 어느 상임위원회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와같은 과정을 거쳐서 부대의견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소관 부처가 수용할 수 없는 전혀 부적절한 사항이 부대의견으로 채택될 수는 없다. 4), 5) 사실 부대의견을, 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국회는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많은 사항을 지적하고 요구해왔다. 거기에는 당연히 집행방법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종래는 회의가 끝나면 그런 많은 사항들이 회의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 문서로 남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 당시 소관 부처에서 수용하겠다고 약속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사항들이라도 예산집행과정에서 준수되기 어려웠다. 부대의견은 종래 그렇게 회의록에 묻혀버렸던 사항들을 문서로 정리하여 전달함으로써 소관 부처가 이를 잘 준수하도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부대의견이 활성화되면서 국회가 예산집행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국회의 관심 증가는 예산집행의 효율성, 공정성, 투명성 등을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기에 바람직한 것이다. 부대의견의 활성화는 국회의 결산심의를 용이하게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회가 소관 부처에 예산집행에 대한 재량을 전적으로 허용한 이후 결산심의 때 예산을 잘 집행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심의 기준이 없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 의미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국회가 예산심의 때 부대의견을 채택한 경우에는 그 예산이 집행된 후 결산심의에서 부대의견의 준수 여부가 중요한 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결산심의가 용이해지고 실질화될 수 있다.

 부대의견 활성화에 대한 전향적 조치 필요

그런데 최근 예결특위는 각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부대의견을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 처럼 각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2014년도 예산의 부대의견은 총 256건인데, 예결특위가 채택한 부대의견은 49건에 불과하다.6) 아마 예결특위는 올해 각 상임위 원회가 채택한 2015년도 예산안의 부대의견 총 325(교문위 제외)도 마찬가지로 거의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산의 시정요구와 비교할 때 예결특위는 결산의 시정요구는 거의 다 수용하면서 예산의 부대의견만 달리 취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내용상 보면 예산의 부대의견에는 결산의 시정 요구와 유사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양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예산과 결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양자를 완전히 분리해 볼 수는 없다. 계속 사업에 대한 결산의 시정요구는 예산의 부대의견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결특위에서는 2009년도 예산에 첨부된 부대의견이 56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에 채택 건수가 그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는바, 만약 예결특위가 부대의견의 건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부적절한 것이다.7) 물론 각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부대의견을 예결특위가 채택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부대의견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처가 부대의견을 이미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므로 그것은 예결특위 과정과 별개로 여전히 유효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예산과 결산이 달리 취급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으므로 예결특위는 각 상임위원회의 부대의견의 활성화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상임위원회에서 채택한 부대의견 중에는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사항, 소수의견, 부처간 협의 조정이 필요한 사항 등 그대로 부대의견으로 채택하기에는 부적절한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예결특위는 이러한 사항들을 여과하기 위해서라도 상임위원회의 부대의견을 검토하고 정리하여 국회 전체의 부대의견을 채택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출처 : 국회매거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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