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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신성범 의원에게

거창고등학교 29회인 신성범 의원에게 17회 선배이자 은사님께서 쓰는 공개편지입니다. 

요즈음 거창이 시끄럽습니다. 교도소란 말을 뺀 채 선전했던 법조타운 건설 문제 때문입니다.
찬성파든 반대파든 양측 거의 모두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도소 유치 과정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와 장소 선정에 대한 것 입니다.

2010년 12월에 거창법조타운 조성계획이 작성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법조타운 속에 교도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군민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네요.

군청 공문서에는 여러 차례의 법조타운 주민 설명회가 열린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주민들 중에 구치소나 교도소란 단어를 알아들으신 분들이 없습니다. 

법조타운이 들어온다는 소문만 알지, 교도소를  알고 있었다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참 놀라운 바보들의 동네이거나, 더 놀라운 관계자 전원의 완벽한 암묵적 사기 행위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시한 너무나 큰 범죄입니다. 절차상 아무 오류가 없는 완벽한 서류와 그와 다른 실제가 판치는 속임수 군정입니다.

6만여 평 부지에, 4만8천 평 교정시설이 들어서니 어찌 교도소라고 부르지 않겠습니까?
2011년 3월에 드디어 3만 명 유치찬성 서명부를 근거로, 법조타운 유치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서 조차, 과다한 보상비와, 민원의 소지가 많은 교육도시이고, 학교가 밀집해 있어, 적절치 않다고 반려, 공문 형식으로 여섯 번이나 신중한 검토를 권유했습니다.

3만 명 서명부분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명의도용서명이 대부분입니다.  불과 11일 만에 3만 서명이 달성되었습니다.

거창군이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면장님, 이장님들에게 행한 압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내가 두 눈으로 확인한 서명부엔 한 사람의 글씨로 불과 하룻만에 90% 정도까지 이른 지역도 있었고, 닷새 만에 98%정도 이른 지역도 있었습니다. 서명부 태반이 그러했습니다. 

거창은 우리나라에서 인구 당 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 5만여 평 교도소 부지 주변에는 대성 중, 대성고, 대성 1고, 중앙고, 아림초, 거창여중,거창여고, 샛별초, 샛별중, 거고 등이 있습니다. 가지리 마을 옛 화산초 자리에는 아담한 거창 어린이집도 있는 데, 이전하는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현 거창 이홍기 군수 한 사람이 벌린 일입니까?

할머니들이 서울까지 젊은이들과 함께 올라가 두 손으로 빌며 장소라도 옮겨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그 태도와 표정이 참 대범하였다고, 정말 정치꾼이 다 되어 있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정치판 놀음이라 해도 내 사는 곳에서 군민의 알권리가 이렇게 철저히 무시된 반민주적 처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 부패의 상징이 되는 사건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힘이 약해 이 싸움에서 진다해도, 명예 훼손으로 고소된다 해도 좋습니다. 

아무리  3년 전에 결정된 국책사업이라 해도, 왜 바꾸지 못합니까? 왜 장소라도 바꾸자는데 안 된다고 대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토지 가격이 평당 10여배 올랐다는 이야기는 교도소 유치 관계자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알고 있으렵니다.  유치가 결정되기 3년 전후에 걸쳐 그 지역 토지매매가 이루어졌고 그 후에는 사고 판 흔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의심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 문제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수많은 군민의 뜻대로 장소라도 옮기는 것이 1석 2조 아닐까요?

그런데 왜 그 요청을 거절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30년 전의 법무부의 결정이라도 군민의 알권리가 깡그리 무시된 채 서류절차만 완벽한 소수자들의 결정이라면 완전히 무산되어야 합니다. 교도소를 유치하려면 처음부터 누구나 동의하는 객관적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거고 졸업생들의 이름이 심심찮게 나돕니다. 사람들은 34회 졸업생 신용해 법무부 교정기획과 과장으로부터 이 유치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진정으로 거창을 위한 위기감에서, 또는 다면적인 거창의 발전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주민 당사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그대들의 대응과정을 계속 지켜 보면서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자들이 소수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예로부터 동서양은 모두 민초의 힘을 크게 생각했습니다.

전직 교사로서 제자의 명예를 폄하하는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늘 만난 어느 목사님은 ‘선생님. 너무 늦었습니다.’ 하고 말씀하셨지요. 그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작금의 사태해결에는 적극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거꾸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결소위’에서 거창 주민들의 반대를 참작하여, 예산을 삭감하고, 위치를 이전하라는 부대의견이 달린 ‘거창 법조타운 예산안’을 열성적 의정활동으로 짧은 기간 안에 확 뒤집어 주민의견 고려 정도로 통과 시켜 놓았습니다. 

이 무조건적 교도소 유치 작전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반대 측 입장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지요?

동문들 앞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답해 주기 바랍니다.
절차상의 블랙버스터급 속임수는 민주 사회에서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속임수 찬성서명이 아닌 진정성 있는 군민다수의 찬성이라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재소자들의 생활과 교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교도소 지역의 경제효과는 과연 군 발표대로 1000억 수준에 걸맞은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
주민 정서나 환경 문화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반대자들은 집단이기주의 현상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군민들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교도소유치 이전에 선진국처럼 몇 년씩 걸리는 복잡한 주민 공청회 과정은 생략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매일 매일 여기서 자고 일어나는 주민이 주인입니다.

그대도 주민의 한 사람이지만, 공복이기도 합니다. 

‘귀한 공복’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거창고등학교 17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