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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재거창 서울대학교 동문 기자회견문

‘학교앞 교도소’와 관련하여

거창의 두 지도자에게 드리는 말씀

 

지난여름, 교육환경의 경직화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제기로 시작된 ‘학교앞 교도소 반대’ 운동이 겨울방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군수님, 국회의원님 -

두 분도 마음이 편치 않겠으나 이러는 저희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이 교정의 나무는 옷을 두 번이나 바꿔 입었습니다.하지만 반대의견을 제기하는 주민의 목소리에 두 분은 한 번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덮고 무마하고 제압하려고만 하였습니다.

‘반대의견’의 경청과 분석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맞불 놓기’로 응수하였습니다.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규정하였으며 ‘문제점 지적’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 세웠습니다. ‘입바른 소리 하는 사람들’은 ‘비협조적인 사람들’로 분류되었습니다.

 

두 분이 바라는 바가 이 모든 일이 다 지역발전을 위해 시작된 일이고 혹 과정에서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노출되었더라도 행정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알아서 하고 있으므로, 이쯤에서 ‘믿고 맡겨주시면 앞으로 잘 하겠다’인지는 모르나 애당초 미덥지 않게 하신 것은 두 분입니다.

 

두 분 말씀대로 거창의 지도가 바뀌고 랜드마크가 새로 서는 일입니다. 집을 한 채 지으려고 해도 족히 몇 번은 고칩니다. 그리고, 마을회관 한 동 짓는데도 온 마을이 들썩이는 법입니다. 하물며 거창의 랜드마크가 바뀌는 일 아닙니까?

‘법조타운’이라는 애드벌룬으로 두루뭉실 넘어갈 게 아니라 미주알고주알 군민과 이야기해도 모자랄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행정 전문가가 선정했다는 현재의 교정시설 입지는 도시계획, 교정행정의 전문가는 물론 지나가는 여행자가 보기에도 부적절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두 분께서는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밀어붙이기식 의사를 여러번 비추지 않았습니까?

 

일이 이와 같이 전개되었음에도 본인이 일하는 방법은 고치지 않고 여전히 ‘행정에 대한 신뢰’만 강조한다면 이는 다 큰 군민을 가르치려 들고 주권을 가진 군민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4~500명 규모의 교정시설은 우리 지역 초유의 일이며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식’의 신중모드는 오히려 처음부터 행정이 견지했어야 할 자세입니다.

주민입장에서 교육과 생활환경의 경직화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지역발전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 입장에서 타당성과 파급영향을 충분히 살펴보고 예상되는 문제에는 대안을 마련하여 신중히 추진하자는 것은 자연스러운 요구입니다.

 

거창의 역사가 바뀌는 일인데, 「입지」「규모」「추진시기」를 놓고

‘전문가 연구보고서’ 하나라도 받아보고 청사진을 그리자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이며, 오히려 행정이 먼저 준비했어야 할 일입니다.

 

지금 ‘학교앞 교도소반대 범대위’(학교앞 교도소를 반대하는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는 서로 미움만 키우고 상처를 내는 현 대치국면을 풀고, 교도소 문제에 쏟아지는 에너지를 지역발전의 샘으로 모으고자 주민, 행정, 의회, 도시개발/교정행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갈등해소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해 놓고

두 분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수님, 국회의원님 -

참다운 지역발전의 실현을 위하여 ‘학교앞 교도소반대 범대위’의 제안을 받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여름부터 계속되어 온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여기에서 끝내주십시오. 두 분도 피곤하시겠지만 두 분 때문에 주민도 피곤합니다.

‘주민과 다투는 지도자가 제일 볼썽사납다’ 정도는 두 분의 학식으로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2014. 11. 20

재거창 서울대학교 동문 일동

출처 : http://cafe.daum.net/GCPrisonBreak/KNqn/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