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법학도의 이야기 #2

Posted by 탐진치
2014. 12. 18. 21:19 컬럼

전공노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군수님께 드리는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많은 비판이 있었고
대다수가 근거 없는 주장과 욕설이었습니다. 

나름의 근거를 갖춘 비판과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것들을 추려 답변 드립니다. 

1. ‘교정시설 주변에서는 범죄가 없다’ 는 주장입니다. 

법무부의 통계에 근거한 논리적인 비판이라 
이 주장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위 주장의 근거가 된 법무부 통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에 7개 교정시설의 출소자 1,614명의 범죄지를 조사한 결과 
‘교정시설 주변 2km 내에서는 범죄가 0%, 2~4km 에서는 0.24%,
4km 이상의 지역에서 99.76% 였다.’ 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거창 교도소 4km 이내, 
거창읍 전체에서의 범죄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7개의 교정시설이 어딘지 알아봤습니다. 
해남, 장흥, 공주, 통영, 밀양, 경주, 강릉 입니다.

교정본부에 들어가서 주소를 확인하고 
구글과 다음지도로 검색해봤습니다. 

저 곳들 중 강릉과 공주를 제외한 5곳의 시설이 모두 
면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 곳 모두가 
시내에서 4km 이상 떨어진 지역이었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마리나 남상 정도의 위치에 교정시설이 있는 것입니다. 

행정구역상 시 안에 위치한 공주와 강릉 교정시설의 경우도 
공주는 시의 중심가인 중학동 부근까지 3~4km,
강릉 역시 교정시설 2km 이내에는 주거구역이 얼마 되지 않더군요. 

면 지역 시설 5곳의 경우, 
비유하자면 남상에 위치한 교도소에서 나온 출소자가 
남상에 머물면서 그 동네 안에서 저지른 범죄를 집계한 것입니다. 

4km 이내 거주민의 수에서 
거창읍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곳의 통계 자료를 가져와서 
거창에 적용한 것이죠. 

동네사람 얼굴 다 아는 시골마을에 머물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출소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2~4km 구역에서 4건의 범죄가 있었다는 게 오히려 신기했습니다. 

이 자료의 허구성을 알고도 비판의 근거로 사용하신 분들은

교도소 유치가 거창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실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창의 미래를 위해
거창에 같이 살아갈 사람들과 
설득하고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교도소 유치사업을 위해 
그것을 막는 “적”들과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추가하여, 위 통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교도소 위치를 검색해봤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도소가 
2km 이내에는 주거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거창에 유치하려고 하는 교도소가 
아주 특이한 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어떤 의도와 근거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 ‘교도소를 유치한 다른 지역의 주민은 바보냐’, 
‘아무 문제없다’ 는 주장입니다. 

일단, 대도시와는 인구밀도와 치안상태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거창의 경우 한적한 곳이 많고
밤 10시만 넘어도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적어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입니다. 

(*비교적 영향이 덜함에도 대도시 주민들 역시 끊임없이 이전요구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이미지 손상의 정도가 훨씬 크다는 것인데 

이는 주변 지역 사람들이 거창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듭니다.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 
군 지역의 교도소 유치 사례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1974년 이후 35년간 (청송군의 추가 유치 외에는)
군 지역에서 교도소를 신규 유치한 사례가 없었고 

2010년과 2011년에야 
영월과 해남의 두 곳에서 교도소를 유치합니다. 

아직 5년도 채 경과하지 않아
교도소 유치의 장기적인 해악을 확연히 알기 어렵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영월은 탄광산업 사양화 이후 
이촌향도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힙니다. 

3년 전인 2011년 영월교도소가 개청했고 
그 후 최근까지 영월군은 
‘정주인구 5만 유지를 위한 지원책’을 본격 가동합니다. 

관련조례를 정비하고 
관내로 주소를 옮기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들 500여명에게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제3농공단지를 조성하고, KOICA 영월교육원을 유치하는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2011년 교도소 개청 전까지 
4년간 소폭 증가하거나 유지되던 인구는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도소를 개청한 2011년부터 감소로 돌아선 후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2014년 11월 현재 영월의 인구는 40,037명으로 
4만명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은 해남입니다. 
해남은 전남 군 지역 인구 1위를 자랑하며 
시 승격을 바라보던 곳이나 

1997년, 인구 10만이 무너지고 
2000년대 들어,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됩니다. 

이에 군에서도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등록상 인구에 비해 
실거주자가 13,000여명이나 적게 집계된 것을 보면 
그 노력을 짐작할 만합니다. 


공무원 후배의 얘기를 들으니 타지에 있는 가족들까지 전부 전입시키면
저런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중에 
2010년 해남교도소가 개청했고 

개청 전인 2009년 1월 80,900여명이던 해남 인구는 
2013년 7월 77,800여명으로 줄어 

전라남도 군 지역 인구 1위의 자리를 
무안군에 내주게 됩니다. 

3. 인구 문제와 관련해 ‘거창 역시 인구가 장기적으로 계속 줄어왔다.’ 
‘공장이든 교도소든 유치해야 된다’ 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60년대부터 90년대초까지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의 정도와 반등의 가능성, 
그리고 ‘교도소 유치’가 인구 증가에 적합한 정책인가의 문제입니다. 

집계상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65년 14만800여명이었던 거창의 인구는 
1980년 102,000여명, 1990년 77,00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그 후 감소세가 둔화되었고 
2006년부터 2014년 11월 현재까지 9년간은 
63,000여명의 인구가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증가의 큰 원인이 경남 전체 1위를 차지한 
‘귀농 귀촌 인구의 유입’ 이라는 것입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책은 
이런 귀농 귀촌의 흐름을 장려하고 
자연스러운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인구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또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교도소 유치를 생각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내년 12월, 88고속도로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우리 거창은 대구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위성도시와 같은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대구 인구 일부를 끌어올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교도소가 들어온다면 대구시민이 거창으로 유입되는 가능성 역시
봉쇄하게 될 겁니다. 

앞의 영월, 해남의 예에서도 봤듯이 
교도소 유치로는 절대로 인구 유입을 늘릴 수 없습니다. 

지역 이미지에 손상이 없으며 인구 유입도 유도할 수 있는 
서울우유와 같은 사업체나 공장 또는 학교 등을 유치하는 것과 
교도소를 유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4. 마지막으로, ‘교도소가 싫으면 너희가 떠나라’ 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누가 거창의 주인이고 
누가 피고용인인지를 혼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분들과 거창 군수님은 
거창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거창의 주인은 거창 군민입니다.

집이 너무 크고 주인이 여럿이라 
집사를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사가 
집으로 이상한 걸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그럼 주인들이 떠나야 합니까?
아니면 주인들이 모여서 서로의 의견을 묻고 
집사를 해고하는 게 맞습니까? 

저는 단지, 주인 여럿의 의견이 어떤지 
주민투표를 통해 알아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을 뿐입니다.

뒤늦게 거창 법조타운 문제를 접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야겠다’ 는 생각에 글을 썼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기사를 검색하고
교도소가 있는 지역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통계청과 교정본부, 교도소를 유치한 지자체의 홈피를 검색했습니다. 

하나 하나 알아갈수록, 
교도소 유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사업임을 느낍니다. 

이 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충심으로 제언 드립니다. 

이익과 연계된 분이 아니라면
잠시 기존의 견해를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교도소가 이곳 거창에 들어오면 
진실로 거창이 더 부유해질지, 

그때도 지금처럼, 
거창에서 살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지

한 번만 되물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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